영상으로 재고 수량 세기, 어디까지 되고 어디서 막히나
2026-09-01
월말 재고조사 날입니다. 두 사람이 야드를 돌며 손으로 세고, 오후에 한 번 더 세어 맞춥니다. 숫자가 다릅니다. 세 번째로 세면 또 다릅니다. 누가 틀렸는지를 따지는 대신 평균을 내거나 가장 마지막 숫자를 적습니다. 이것이 생각보다 많은 현장의 실제 모습입니다.
그래서 카메라로 세면 안 되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최근 저희가 받은 문의 중에도 네 건이 같은 것을 물었습니다. 어느 제조 현장은 야드에 쌓인 재공품을 영상으로 실시간 파악하고 싶다고 했고, 어느 가설재 유통사는 차량이 들어오면 적재함을 촬영해 자재 종류와 수량을 자동으로 세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문의자는 묻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한계까지 같이 적어 보냈습니다. “부재가 서로 뒤엉켜 있거나 여러 층으로 적재되면 한 대의 CCTV만으로는 정확한 개수 산정이 어렵다”는 문장이었습니다.
맞는 진단입니다. 그리고 그 문장 안에 이 글의 핵심이 들어 있습니다. 영상으로 세는 일은 된다와 안 된다로 갈리지 않습니다. 무엇을 세느냐가 아니라 언제 세느냐에서 갈립니다.
I. 장면을 세는 것과 통과를 세는 것
영상 카운팅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일을 같은 이름으로 부릅니다.
하나는 한 장면 안의 개수를 세는 일입니다. 야드를 한 번 찍어서 거기 놓인 자재가 몇 개인지 세는 방식입니다. 사람이 재고조사하는 것과 같은 구조라 직관적입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보이는 것만 셀 수 있다는 것입니다. 뒤에 가려 있거나 아래에 깔린 것은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셀 수 없습니다. 없는 정보를 만들어 내면 그건 추정이지 계수가 아닙니다.
다른 하나는 경계를 지나가는 것을 세는 일입니다. 출입구, 컨베이어, 게이트처럼 정해진 선을 놓고 그 선을 넘는 객체를 하나씩 더하는 방식입니다. 이쪽은 조건이 훨씬 좋습니다. 대상이 하나씩 지나가므로 겹침이 적고, 카메라 한 대가 맡는 구역이 좁으므로 대상에 배분되는 픽셀도 넉넉합니다. 지나간 순간을 몰라도 그 다음 프레임에서 다시 보입니다.
두 방식의 정확도 차이는 기술 수준 차이가 아니라 문제의 정의 차이입니다. 그러니 검토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카메라 사양이 아닙니다. 지금 세려는 것이 쌓여 있는 더미인가, 아니면 어딘가를 통과하는 흐름인가입니다.
II. 쌓인 것을 셀 때 막히는 지점
1. 겹침
가장 큰 벽입니다. 파레트가 가지런히 한 줄로 놓여 있으면 세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둘씩 셋씩 겹쳐 쌓이면 뒤쪽 것은 앞쪽 것에 가려 사라집니다. 사람은 경험으로 “이 높이면 뒤에 대충 몇 개”를 추측하지만, 그건 계수가 아니라 경험치입니다. 모델에게 같은 추측을 시키면 숫자는 나오지만 맞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2. 형태가 일정하지 않을 때
동바리나 잭서포트처럼 길이가 같고 단면이 떨어지는 자재는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반면 시스템비계 부재처럼 길이와 모양이 섞이고 서로 걸쳐 있는 것은 경계 자체가 불분명해집니다. 세려는 대상의 단위가 무엇인지를 사람끼리도 명확히 말하기 어려운 재료라면 모델도 같은 지점에서 흔들립니다.
3. 한 시점만 보는 구조
야드 사진 한 장은 그 시각의 상태입니다. 지게차가 한 번 지나가면 배치가 바뀝니다. 지속적으로 세서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는 있지만, 재고수량을 장부로 쓰려면 어느 시점의 숫자가 기준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이건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운영 규칙 문제입니다.
여기서 당연한 반문이 나옵니다. 카메라를 여러 대 달아 각도를 늘리면 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상당 부분 맞습니다. 좌우와 상부에서 함께 보면 가려 있던 것이 드러나고, 서로 다른 시점의 결과를 대조해 오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두 가지는 같이 온다는 것을 알고 시작하셔야 합니다. 카메라가 늘어나면 설치와 보정이 늘고, 여전히 어느 각도에서도 보이지 않는 위치는 남습니다. 더미 한가운데 끼어 있는 부재는 몇 대를 달아도 안 보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대개 반대로 제안드립니다. 카메라를 늘려 더미를 더 잘 보는 대신, 세는 시점을 더미가 되기 전으로 옮기는 방법입니다.
III. 적재 형태별로 본 난이도
| 대상과 상황 | 영상으로 세는 난이도 | 권하는 설계 |
|---|---|---|
| 게이트를 통과하는 차량·사람 | 낮음 | 통과 카운팅 |
| 컨베이어를 지나는 낱개 품목 | 낮음 | 통과 카운팅 |
| 한 층으로 줄 맞춰 놓인 파레트 | 중간 | 장면 카운팅 가능 |
| 주차면·구획이 그려진 공간 | 중간 | 구획별 점유 판정 |
| 여러 층으로 쌓은 동종 자재 | 높음 | 통과 카운팅 + 위치 기록 |
| 뒤엉켜 쌓인 이형 부재 | 매우 높음 | 입출고 시점 기록으로 전환 |
표의 오른쪽 열이 이 글이 드리고 싶은 결론입니다.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답은 더 좋은 카메라가 아니라 다른 시점입니다. 쌓인 뒤에 세려면 어렵지만, 쌓기 전에 세면 쉽습니다.
IV. 세는 시점을 앞으로 옮기면 생기는 일
자재가 차량에서 내려지는 순간, 파레트가 랩을 통과하는 순간, 지게차가 구역 경계를 넘는 순간은 전부 대상이 하나씩 분리되어 지나가는 목이 짧은 구간입니다. 가장 세기 좋은 자리입니다.
ORBRO의 AI Event Manager는 이런 경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모아 사람이 확인할 수 있게 만듭니다. 여기에 번호판 인식을 같이 두면 “어느 차량이 언제 들어와 무엇을 내렸는지”가 기록으로 남습니다. 입고와 출고가 놓치지 않고 쌓이면 재고는 그 차이로 계산됩니다. 야드를 다시 세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흐름만으로는 오차가 누적됩니다. 누락된 한 건이 그대로 장부에 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기적인 실사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달라지는 것은 실사의 성격입니다. 전수를 다시 세는 작업에서, 장부와 현물이 어긋난 구간만 확인하는 작업으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영상이 끝내 못 보는 구간은 따로 남습니다. 더미 안쪽, 실내 적층 랙의 상단, 천막 아래. 이런 곳은 UWB RTLS 태그를 붙인 용기나 지게차의 이동 이력으로 채우는 편이 싸게 남습니다. 영상과 위치 데이터를 경쟁 관계로 두면 둘 다 부족해 보이지만, 서로의 사각을 메우는 구성으로 잡으면 전수 실사에 가까운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V. 도입 검토 시 정해야 할 것
첫 번째는 허용 오차입니다. 100개 중 99개를 맞히면 충분한 업무인지, 한 개도 틀리면 안 되는 업무인지를 먼저 정하셔야 합니다. 자재 소요량 추이를 보는 용도와 출하 수량을 정산하는 용도는 요구가 완전히 다릅니다.
두 번째는 단위입니다. 묶음인지 낱개인지, 파레트인지 그 위에 올라간 박스인지를 정하지 않으면 정확도 논쟁이 끝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부르는 이름과 장부의 단위가 다른 경우도 흔합니다.
세 번째는 기존 시스템과의 접점입니다. 세서 어디로 보낼 것인가, 사람이 확인한 뒤에 넣을 것인가, 자동으로 반영할 것인가에 따라 설계가 달라집니다. 자동 반영을 바로 열면 오감지 한 건이 재고 전체를 흔듭니다. 처음에는 대조 용도로 쌓아 두고, 오차가 안정된 뒤에 자동화 범위를 넓힐 것을 권합니다.
네 번째는 실증 구간입니다. 가장 잘 되는 곳이 아니라 지금 수작업 부담이 가장 큰 구간을 고르셔야 합니다. 잘 되는 곳에서 성공하면 다음 구간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마치며
세 번 세면 세 번 다른 숫자가 나오는 것은 현장이 부주의해서가 아닙니다. 다 쌓아 둔 뒤에 세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를 달아도 그 순서를 그대로 두면 같은 자리에서 같은 문제를 만납니다. 순서를 바꾸면 그때부터는 세는 일이 아니라 기록하는 일이 됩니다.
ORBRO는 영상에서 사건을 가려내는 AI Event Manager, 위치를 남기는 UWB RTLS, 그리고 둘을 같은 화면에서 보는 ORBRO OS를 함께 만듭니다. 그래서 “영상으로 셀 수 있느냐”로 답하지 않고 “어느 지점에서 세는 게 맞느냐”로 설계합니다. 지금 세고 계시는 대상과 적재 모양을 알려 주시면 어느 구간부터 손을 뗄 수 있는지 같이 보겠습니다.